생각해보면 첫 계기는 먼저 고3 때였던거 같다.
뭐 그전에도 애들이랑 잘 안 어울렸지만 워낙에 혼자 노는게 편해서 그 땐 상관없었다.

악명이 높은 선생이 고3 담임이 된 데에 대한 반감을 미리 집어 먹은 내 탓도 있지만, 사설 모의고사를 안 보고 화상치료를 받으러 가려는데 그 담임이 허락을 안해주며 버티더니 버릇없다며 교직원 급식실에 끌고가 내가 이런 사람이다 라며 협박과 싸가지가 없다는 말을 몇 시간을 늘어놓았다(아마도 내가 본인을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음에 대한 반감이었을 것이다).
그러더니 1년 내내 속없이 잘 웃고 다니는 애들과 비교하면서 여자가 상큼한 맛이 있여야된다는 둥, 지 딸이 지가 사고 싶은 옷같은게 있어야지만 아빠찾으며 애교떤다면서 '너도 니네 아버지한테 그러지' 라는 내 기준으로는 도저히 선생같지 않은 언행을 곧잘했다.
게다가, 같은 반 애들은 워낙에 안 친했다지만 같이 싸가지 없는 년이 오히려 남자 밝히는 년으로 몰았다. 그리고 그것이 학교로만 끝나지 않도 지역으로 인터넷 가십으로 불리한 얘기들은 쏙 뺀 채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났다.

그리고 인간에 대한 실망감이 늘어갔다.
초반에는 어떻게 사람이 이럴수가 있지 억울하고 분통해 잠도 안 왔다. 잠에 들면 가위 눌린 듯 꿈에서도 시달렸다.

그러다 상황을 분석하기 시작했다.
왜 이렇게 됐는지
어디서부터가 시작점인지
무엇부터 해결해야 하는지

그리고 조금씩 깨닫고 있는 것 같다.
아직까지도 간간히 보이는 조롱에 관하여, 저 사람이 왜 나한테 이러는지를 분석하다보니 화는 나지만 '저 사람은 저 정도구나'라는 생각이 들면서 단순히 거리를 둬야함을 깨달았다.

그들은, 그들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부정적인 표상들을 '나'라는 개체에 그저 덧붙여 그들의 대응이 적절했음을 합리화시키고 싶을 뿐인 것이었다. 한 번 울고 잘 지내면 되지 않냐면서 고집이 세다고 나에게 말을 하지만(고3 담임이 그러했듯), 사실 내가 울었을 때 그들 내면에 내가 저 사람을 울렸다는 미안함 조금에 '이겼다'는 유치한 감정을 감춰보고 싶어한다는 결론에 다다르니 더 이상 잘 지내고 자시고 할 사람들이 아님을 깨달았다.

그냥 나와 안 맞는 사람들인 것이다.
그들에게 내가 고집불통에 사회성 결여인 그럴일을 당할만한 사람이었듯, 나에게도 그들은 공감이 안 가는 사람들일 뿐인 것이다.

그리고 남들이 나에게 굳이 잘 할 이유가 없듯이, 나도 남들 시각에 맞춰 살 이유가 없다. 그저 남의 인생을 침해하지만 않는다면 각자 갈 길 가면 되는 것이다. 이 생각에 다다르니 나에게 뻗치는 쓸데없는 오지랖(언어순화)이 더 이상 내가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영역임을 깨달았다.

나는 이제 정리가 되었다.
남은 건 각자 본인의 의지를 따르는 타인들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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